잠시 훔쳐온 불꽃이었지만
그 온기를 쬐고 있는 동안만은
세상 시름, 두려움도 잊고
따뜻했었다.
그렇다
네가 내게 해준 모든 것에 대해
주지 않은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
-최영미, 옛날의 불꽃-
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
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
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
-김남조, 편지-
바람이 스쳐지나가도 머리카락이 흔들리고
파도가 지나가도 바다가 흔들리는데
하물며 당신이 지나갔는데
나, 흔들리지 않고 어찌 견디겠습니까
-김종원, 한 사람을 잊는다는 건-
오늘은 웬일인지
네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
우습게도 네 생각을 했다
-나선미, 오늘도-
그 해 여름 내 사랑은
짙은 안개 속처럼
참 난감해서 더 절절했다.
절절 속 끓이며
안으로만 우는 안개처럼
남 몰래 많이 울기도 했다.
이제야 하는 얘기다.
-오인태, 난감한 사랑-
아직도 너를
사랑해서 슬프다
-나태주, 이 가을에-
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
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겠습니다
낯선 기분이 들지 않도록
모든 것은 제 자리에 놓아두겠습니다
기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
그대는 그저
돌아오기만 하십시오
-이정하, 약속 -
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별이 들거든
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
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
-안도현, 그대에게 가고싶다-
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
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
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
-도종환,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-
그 사람은 자주 나에게 달가다 쓰다가 하였다.
달콤한 날에는 가슴이 뛰어 잠을 잘 수가 없었고,
쓰디쓴 날에는 가슴이 먹먹해 잠을 잘 수가 없었다.
-공지영,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-
기억을 소각시키는 건 심장과 연결된 기억의 일부분을 잿더미로 덮어버리는 것과 비슷했다.
-백영옥,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-
이 이상을 바라면
당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
당신은 알 턱이 없겠지
-에쿠니 가오리, 달콤한 작은 거짓말-
흔들리는 야간버스 안에서
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
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
내 사소한 사랑은
그렇게 끝났다
-배홍배, 그리운 이름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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